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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건진 문장

02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_ 책 속에서 건진 문장

by 마음이 동하다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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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지음 / 돌베개

 

 

[책 읽고 느낀 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 신영복 작가의 깊은 통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인상적이었다. 감옥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그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한다. 특히, 고통과 억압이 어떻게 개인의 내면을 성장시키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는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서로 연결된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의 글 속에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또한, 철학적인 사유가 담긴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주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수기나 회고록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신영복은 감옥의 벽을 넘어 삶의 진정한 자유를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남긴다. 그의 사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책 속에서 건진 문장]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

_ p.24

 

 

머지않아 초설에 묻힐 낙엽이 흩어지고 있는 동토에,

나는 고달픈 그러나 새로운 또 하나의 나를 세운다.

_ p.47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해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_ p.47

 

 

깊은 밤에는 별이, 더운 여름에는 바람을 거느린 소나기가 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위안입니다.

_ p.64

 

 

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旣成)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이 이룩해놓은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할 것이라고 믿는다.

_ p.65

 

 

그 위에 정직한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까지 더한다면 이제 문닫고 앉아

봄을 기다려야 할 겨울이 더 길고 추운 계절로만 여겨집니다.

_ p.68

 

 

벌써 중추, 낙엽을 쓸면 흔히 그 조락(凋落)의 애상에 젖는다고 합니다만,

저는 낙엽이 지고 난 가지마다에 드높은 가지들이 뻗었음을 잊지 않습니다.

아우성처럼 뻗어나간 그 수많은 가지들의 합창속에서 저는 낙엽이 결코 애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잎새보다는 가지를, 조락보다는 성장을 보는 눈, 그러한 눈의 명징(明澄)이 귀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_ p.72

 

 

가을과 독서와 사색은 하나로 통일되어

한 묶음의 볏단 같은 수확을 안겨줄 듯도 합니다.

_ p.72

 

 

입추에 이은 어제 오늘의 비 뒤끝은 흡사 가을 기색입니다. 그동안 더위를 피하느라고 책을 피해왔습니다. 피서(避暑)로 피서(避書)해온 셈입니다.

_ p.75

 

 

춘색이 완연한 봄입니다. 봄은 그 긴 인고의 동면에서 깨어나 울창한 여름의 성장을 거쳐 가을의 결실로 향하는 ‘출범’의 계절입니다.

_ p.79

 

 

저는 많은 것을 읽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_ p.81

 

 

일상의 궤도에서 잠시 몸을 뽑는다는 것은

우선 그것만으로서도 흡사 도원(桃園)에 들르는 마음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_ p.81

 

 

섣달 그믐 이튿날이 바로 정월 초하루이고 보면 1월 1일이란 실상 12월 32일이나 다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세모나 정초가 되면 저마다 자기 자신을 정돈하고 성찰하게 됨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_ p.82

 

 

청년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없다.

_ p.83

 

 

가는 척 하던 겨울이 과연 역습해왔습니다.

겨울의 심사를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기다리던 사람을 맞이하듯 조금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징역 속에는 ‘춥다’와 ‘덥다’의 두 계절만 존재합니다. 직절(直截)한 사고, OX식 문제처럼 모든 중간은 함몰하고 없습니다.

_ p.92

 

 

어제 오늘 흩뿌리는 우각(雨脚)에는 아직도 춘한이 스산하게 느껴집니다만 이내 줄기를 타고 올라 유록빛 잎새로 빛날 생명 같은 것이 번뜩입니다. 아무튼 봄은 창문 가득히 다가왔습니다.

_ p.100

 

 

늘 반복되는 생활속에서 그나마 변함없이 변하는 것은 계절뿐이라지만 그것도 실상은 춘하추동의 ‘반복’이거나 기껏 ‘변화없는 변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우리는 다시 닫힌 듯한 마음이 됩니다.

_ p.107

 

 

절실한 일이 없으면 응달의 풀싹처럼 자라지 못하며,

경험이 편벽되면 한쪽으로만 굴린 눈덩이처럼 기형화할 위험이 따릅니다.

_ p.136

 

 

피서(避書)함으로써 피서(避暑)하려고 합니다.

_ p.139

 

 

지식은 책 속이나 서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경험과 실천속에, 그것과의 통일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_ p.140

 

 

‘길’이란 그 ‘향’하는 바가 먼저 있고 나서 다시 무수한 발걸음이 다지고 다져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_ p.144

 

 

다행히 아직은 난동(暖冬)입니다. 그러나 겨울은 역시 겨울,

어딘가 한 차례의 혹한을 남겨두고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_ p.146

 

 

‘푸른 과실이 햇빛을 마시고 제 속의 쓰고 신 물을 달고 향기로운 즙으로 만들 듯이’ 저도 이 가을에는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 소중한 겨울의 양식으로 갈무리 하려고 합니다.

_ p.163

 

 

써늘한 벽의 냉기가 나를 깨우기 시작합니다. 나에게는 이때가 하루의 가장 맑은 시간입니다. 겪은 일, 읽은 글, 만난 인정, 들은 사정... 밤의 긴 터널속에서 여과된 어제의 역사들이 내 생각의 서가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입니다. 세모의 이 맑은 시간에 나는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을 수 있는 생각에 정일(精一)하려고 합니다.

_ p.169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 경우,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긴다. ‘없음’(無)으로써 ‘쓰임’(用)으로 삼는 지혜, 그 여백있는 생각, 그 유원(幽遠)한 경지가 부럽습니다.

_ p.174

 

 

사람들은 누구나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법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중간에 ‘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큼직한 가능성, 하나의 희망을 마련해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_ p.199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리들은 추수라도 하듯이

한해 동안 키워온 생각들을 거두어 봅니다.

_ p.225

 

 

모든 새로움은 그에 임하는 우리의 심기가 새롭고, 그 속에 새로운 것을 채워나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주어지는 새로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_ p.232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_ p.244

 

 

여름 내내 청산을 이루어 녹색을 함께 해오던 나무들도 가을이 되고 서리 내리자 각기 구별되기 시작합니다. 단풍드는 나무, 낙엽지는 나무, 끝까지 녹색을 고집하는 나무...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 바람이 눕는 풀과 곧추 선 풀을 나누듯, 가을도 그가 거느린 추상(秋霜)으로 해서 나무를 나누는 결산(決算)의 계절입니다.

_ p.310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인식하거나 서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반면(反面)의 교사였습니다.

_ p.311

 

 

머리가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_ p.313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햇빛 한 줌 챙겨줄 단 한 개의 잎새도 없이 동토에 발목 박고 풍설에 팔 벌리고 서서도 나무는 팔뚝을, 가슴을, 그리고 내년의 봄을 키우고 있습니다.

_ p.315

 

 

새해가 겨울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까닭은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낡은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새로움의 한 조건이고 보면 칼날 같은 추위가 낡은 것들을 가차없이 잘라 버리는 겨울의 한복판에 정월 초하루가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을 알겠습니다.

세모에 지난 한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_ p.316

 

 

어린 여우가 물을 거의 건넜을 때 그만 꼬리를 적시고 말았다. 이로운 바가 없다. 항상 어린 여우가 꼬리를 적시는 그 마지막 과정의 ‘작은 실패’에 생각이 미칩니다. 이러한 어린 여우의 연상은 어떤 일이나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해준다.

_ p.333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소위(所爲) 가운데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마련인 ‘작은 실패’를 간과하지 않는 자기 비판의 자세입니다. 실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의 발견이 필요한 것이며, 실패가 값진 것이 아니라 실패의 교훈이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패와 그 실패의 발견, 그것은 산에 나무가 있고 땅속에 바위가 있듯이 우리의 삶에 튼튼한 뼈대를 주는 것이라 믿습니다.

_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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